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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메인주 아카디아 국립공원 여행 후기

by HorizonChaser 2024. 9. 5.

 2023년의 멋진 마무리를 장식한 서부 그랜드써클 여행을 떠올리며, 유효기간이 다가오는 미국 국립공원 패스를 보면서 아카디아 국립공원에 가겠다고 결심했다. 평소 바쁜 미국 생활 속에서 9월 노동절 연휴만이 여행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고, 두 달 전부터 캠핑장을 예약하기 시작했다. 롱위켄드라 불리는 이 연휴에 캠핑장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운 좋게 블랙우드 캠핑장에서 하루씩 예약할 수 있었다. 연박은 안 되었지만, 같은 구역에 머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여행을 준비하던 7월에는 중요한 미팅도 있었다. 준비도 열심히 했고 결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의도치 않게 들은 말들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그 순간엔 여행을 취소할까 고민했지만, 연휴를 우울하게 보내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결국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8월 30일 금요일, 오후 2시에 눈치 보며 퇴근했다. 운전이 조금 걱정됐지만, 퇴근 후 짐을 싸고 오후 4시 전에 출발할 수 있었다. 4시간 정도 운전해서 메사추세츠의 어번에 도착했고, 힘들긴 했지만 견딜만했다. 할리데이 인에서 푹 쉬고,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고 다시 길을 떠났다. 연휴라 그런지 도로에 차량이 많았지만, 전날보다 운전은 한결 수월했다.

트레블인 랍스터

 아카디아에 도착하자마자 나이아가라 여행의 경험을 떠올리며 랍스터를 먹으러 갔다. 메인주의 본고장 랍스터가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되었다. 구글 평점 4.8을 받은 식당 두 곳 중 리뷰가 더 많은 곳을 선택했고, 대기 시간이 길었지만 기다림 끝에 정말 신선하고 맛있는 랍스터를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싱싱하고 탱글탱글한 랍스터 살이 인상적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고, 원산지에서 먹는 해산물의 힘을 실감했다.

 

 3시 반부터 캐딜락 산 입장이 가능해서 천천히 산으로 이동했다. 일출 입장권은 미리 구하기 어려웠지만, 다행히 우리는 9월 1일과 2일의 일출 입장권을 모두 확보했다. 낮에 한 번 먼저 산에 올라 풍경을 보려고 했는데, 바 하버가 내려다보이는 정상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주차는 어렵지 않았고,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평화로운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블랙우드 캠프 그라운드

 블랙우드 캠핑장에 도착해 텐트를 설치한 후, 바 하버로 나가 블루베리 맥주와 소다를 샀다. 캠핑장에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불놀이도 즐겼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그 덕분에 로망이었던 우중 캠핑을 경험하게 됐다. 텐트 안에서 듣는 빗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캠핑장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들

 9월 1일, 아카디아 국립공원을 하루 종일 탐험할 계획이었다. 캠핑장의 샤워 시설이 없어 유료 샤워장을 이용했는데, 예상보다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첫 번째 목적지로 썬더 홀을 향했지만, 만조 시간이 아니어서 기대했던 천둥소리를 듣지 못한 건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트레킹은 즐거웠다.

조단 호수 식당의 랍스터 롤
조단 호수

 점심은 조던 호수 식당에서 예약했었다.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라 사람이 많았고, 예약을 했음에도 잠시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호수를 바라보며 먹는 랍스터와 블루베리 소다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와 불놀이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캐딜락 산의 일출
캐딜락 산의 장엄한 일출

 그리고 9월 2일 새벽 4시 50분경, 일출을 보러 캐딜락 산으로 출발했다. 해가 뜨는 시점에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했지만, 구름 사이로 황금빛이 스며들며 하늘이 마치 명화를 보는 듯했다. 잠시 서쪽을 보니 무지개까지 떠올라 감정이 북받쳤다. 마침내 해가 구름 사이로 잠깐 모습을 드러냈고, 그 순간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감동을 간직한 채 11시간의 운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힘들었지만, 이 여행은 나에게 충만한 경험으로 남았다. 이런 것이 여행이라면,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또 다시 해보고 싶다는 후기를 남기고 싶다.